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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탐방기 ⑪하르멘 반 스텐베이크의 <정물; 바니타스>, 1640년 경
[1481호] 2018년 05월 30일 (수) 11:44:05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명화 탐방기
⑪하르멘 반 스텐베이크의 <정물; 바니타스>, 1640년 경


죽음, 허무, 인생의 ‘덧없음’

   

<정물;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유행한 예술장르이다. 바니타스는 ‘덧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메멘토 모리(Memanto mori),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또는 “너 또한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와 함께 유사하게 사용됐다.


바니타스의 그림들은 세속적인 삶과 모든 세속적인 추구, 그리고 물질의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를 더욱 강조하면서 발전하는데, 구약성서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구절을 통해 ‘헛됨’을 삶과 죽음의 허무함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이러한 허무(虛無)는 사람들에게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 이러한 발전은 당시 중세 유럽에서의 흑사병과 30년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처절한 역사적 시기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바니타스에는 책과 지도, 악기 등과 같이 학문과 예술을 상징하는 지물과, 보석과 금화, 값 비싼 옷감 등의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물품이 함께 그려진다. 일본도(刀)와 조개껍질도 자주 등장했는데, 이것들은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매우 희귀한 물건이었고 이것 역시 재물에 의한 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또한 삶에서의 세속적인 쾌락을 상징하는 술잔, 담배 파이프 등과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과 시계, 불이 켜져 있는 양초, 꽃 등이 주제로서 그려졌다. 종교적인 의미에서 부활과 영생을 상징하는 나비, 잠자리, 포도송이, 담쟁이 덩쿨, 월계수 나뭇가지 등도 포함됐다.

무엇보다도 해골은 이러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색에서 최고의 상징 도구였다. 해골은 다른 어떤 것보다 인생의 무상함과 썩어서 먼지로 돌아갈 육체의 덧없음을 효과적으로 강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이러한 헛됨은 관람자로 해금 덧없는 삶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부추기기도 했다.

당시 화가들은 안락함과 사치품을 선호한 그들의 현실을 반영해 부와 재산을 보여줄 수 있는 사치스러운 정물화를 발전시켰다. 사물들을 자세히 묘사하며 자신의 신비한 재능을 최대로 보여주고 얻을 수 있었던 화가의 즐거움은 관람자의 감상 행위를 통해 삶의 즐거움으로 증가됐다. 그러나 바니타스는 부와 권력 그리고 삶의 즐거움은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고한다. 타들어 가는 양초, 그리고 괘종시계와 모래시계는 결코 한 시도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알리면서, 시든 꽃과 벌레 먹은 과일처럼, 우리 모두가 죽음으로 가는 같은 운명임을 보여준다. 삶의 매 순간은 죽음을 향한 한 순간이고, 결국 그림이라는 환영, 즉 덧없음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 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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