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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호. 2018.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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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속 조선 이야기, 왕과의 산책 현장을 가다]
과거를 걷는 여행, 전주 한복판에서 조선을 만나다
경기전 산책로 걸으며 왕과 배우는 조선 역사
한지등 만들며 조선왕과 함께하는 이색체험
한국적 정취로 가득한 전통공연과 다과까지
[1481호] 2018년 05월 30일 (수) 13:59:53 전북대신문 press@jbnu.ac.kr

 
   


지난 19일부터 전주 경기전과 한옥마을 일대에서 ‘2018 전주한옥마을 경기전 왕과의 산책’(이하 왕과의 산책)이 펼쳐졌다. 올해로 첫 회를 맞는 왕과의 산책은 경기전 내부에 특별한 7곳을 산책하는 행사다. 그윽한 야경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조선 역사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던 그곳을 전북대신문이 다녀왔다. <여는 말>

   
▲ 참가자들에게 한과와 전통차를 나눠주고 있다.

▲전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행사

매주 토요일 경기전에서는 오후 8시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 전주의 특별한 행사가 진행된다. 바로 세종대왕과 세조와 같은 조선의 왕과 함께 경기전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왕과의 산책이다. 이 행사는 기존의 콘텐츠와 달리 공연을 접목해 전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인 경기전을 지역 특색에 맞게 관광상품화 시켰다. 외부 관광객, 지역사회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예술 공작소의 이왕수 예술감독은 “전주가 아시아 문화의 심장터로 홍보가 되고 있지만, 지금껏 외지 관광객들이 전주의 본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전주의 진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주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다. 그 중 경기전은 제사를 지내고 태조의 초상화인 어진을 모시기 위해 지어진 건물로 신성함을 표시한 하마비, 붉은 색칠을 한 홍살문, 외신문, 내신문 그리고 어진을 모신 정전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어진과 함께 실록들을 보관한 전주사고가 설치(세종 21년)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다른 사고의 실록이 모두 소실됐으나 전주사고의 실록만은 문인 손홍록이 내장산으로 옮겨 보관함으로 지켜낼 수 있었다. 더불어 조선왕조 어진들이 모셔진 어진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오감으로 느끼는 조선, 왕과의 산책은 yes24 공연, 옥션 티켓, 11번가 티켓, 하나 티켓 등 인터넷으로 사전예매만 가능하며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원은 100명으로 한정된다. 입장 접수는 산책 시작 40분 전부터 예매자에 한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매자는 신분증과 예매번호를 꼭 챙겨야 한다. 행사 기간은 이번 달 12일부터 오는 9월 29일까지로 총 17회 진행된다. 단, 7월 21과 28일 8월 4일과 11일에는 진행하지 않으니 유의하자.


▲야경 속, 조선 왕이 들려주는 생생한 역사

지난 19일 저녁 전주한옥마을 경기전에서는 조선 역사를 들려주는 왕과의 산책이 시작됐다. 산책로의 시작은 경기전 앞 하마비였다. 하마비는 ‘하마(下馬)’라고 해서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향교 앞에서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 하마비는 여느 하마비와는 다르게 판석 위에 비를 올리고 그 판석을 두 마리의 해태가 등으로 받치고 있는 특이한 형태로 경기전 수호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행사에서 역사적인 설명은 왕들을 재연한 배우들이 맡았다. 이곳담당은 조선의 4대왕 세종대왕이었다. 세종대왕 특유의 풍채와 용모를 그대로 재연해 내 몰입감을 높여 아이들까지 눈을 반짝거리며 설명에 집중하는 듯했다. 이로운(서울시•11) 씨는 “책 속에서만 보던 세종대왕님을 실제로 만나니 신기하다”며 “왕이 직접 설명해주니 이해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하마비를 지나 경기전 안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홍살문이 두 번째 산책로였다. 홍살문은 붉을 홍에 화살 살로 붉은 화살 문이라 불리며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귀신이 가장 싫어한다는 붉은색을 사용해 화살문을 만들었다. 이런 화살문은 왕이 계신 공간을 언제나 신성하게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줬다.

홍살문을 지나면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 정전과 마주하게 된다. 태종을 연기한 배우 홍진수(전주시•28) 씨는 “어진은 또 한 분의 임금이라 부를 만큼 임금과 똑같은 존재”라며 “어진의 오른쪽 눈썹 위를 자세히 보면 사마귀가 그려져 있으니 찾아보길 바란다”는 말에 많은 시민이 어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고 몇몇 아이들은 “찾았다!”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은은한 달빛이 비치며 돌과 꽃으로 꾸며진 돌담길을 지나면 나오는 곳, 전주사고가 네 번째 산책로다. 광해군 역의 박주현(완주군•31) 씨는 “왕이 말하고 기침하고 화내고 눈물 흘리는 것까지 기록한 귀중한 역사 자료”라며 “그렇기에 왜구의 침입 시 많은 위협을 받아 지켜내기 어려웠으니 소중하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전주사고 앞에서 발을 못 떼던 임상아(익산시•36) 씨는 “조선왕조실록을 다 읽어보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라며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지켜주신 선조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주사고를 지나 이어지는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무성한 대나무 숲을 볼 수 있다. 그곳이 바로 다섯 번째이자 여섯 번째 산책로인 예종대왕태실비가 있는 곳이다. 예종은 조선의 8대왕이며 가장 빨리 승하한 왕이기도 하다. 예종에 대한 슬픈 역사에 시민들은 침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신하 역을 연기한 최성훈(전주시•24) 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전주사람이지만 잘 찾지 않았던 경기전을 방문할 기회가 됐다”며 “더불어 역사 공부까지 이해하기 쉽게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마치 600년 전 조선을 직접 경험하는 것 같은 생생한 설명과 만난 마지막 산책로, 바로 조경묘다. 조경묘는 전주 이씨 즉 태조 이성계의 시조 이한과 그의 부인 경주 김씨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박성준(서울시•46) 씨는 “왕 역할을 담당한 배우들이 실감나게 연기를 해줘 이해하기 쉬었다”며 “다음에도 이런 행사가 진행된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 가야금과 피리가 어우러진 전통공연

▲전통 다과와 함께하는 공연

왕과의 산책 공연에서는 가야금, 피리와 같은 전통악기와 피아노, 타악기와 같은 서양악기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저녁 바람이 불어오는 평화로운 경기전에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여유로움이 절로 느껴졌다. 또한 전문 소리꾼이 부르는 쑥대머리와 전통국악인 흥타령 육자배기도 감상할 수 있으며 전통다과와 오미자‧유자 차등 전통차도 즐길 수 있었다. 가야금 연주자 정해성(전주시‧30) 씨는 “곡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할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부모님의 권유로 행사에 참여한 손권식(인천시‧17) 씨는 “전통음악의 현대화를 접할 수 있고, 귀에 익은 전통음악들도 들을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외에도 행사 시작 전 LED 한지등을 직접 만드는 체험과 경기전을 배경으로 가족, 친구 및 연인들과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인생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이수아 기자 201719410@jbnu.ac.kr
최나은 기자 naeun091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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