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암상 의학상 수상한 카이스트 고규영(의학‧83졸) 특훈교수]
[2018 호암상 의학상 수상한 카이스트 고규영(의학‧83졸) 특훈교수]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0.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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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혈관 연구, 암 치료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영양분과 산소 공급, 혈관 정상화로 암세포 순화
화가가 꿈이던 고등학생, 세계적인 의학자 돼

2012년 제5회 아산의학상, 2011년 제7회 경암상, 2007년 제17회 분쉬의학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의학자 반열에 오른 고규영(의학‧83졸) 교수가 또 한 번 연구 업적을 인정받았다. 혈관 연구를 통해 암 성장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연구로 지난 6월 1일 2018 호암상 시상식에 의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고규영 교수는 암세포에 있는 혈관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암세포를 떼어내거나 제거하는 현 치료법은 더 이상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었다. 그는 "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세포의 성질, 특성 등 기초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암혈관을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찰 끝에 고 교수는 암세포에 혈관이 큰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근육·기관은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얻는다. 암세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암세포에 있는 암혈관은 일반 혈관과는 달리 산소와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 암세포는 결국 극심한 저산소 상태에 놓인다. 이때 그는 “혈관을 정상화시키면 이 같은 위험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암혈관이 정상 혈관과 같은 기능을 하게 되면 약물이 암세포에 잘 스며들면서 치료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마치 불량 청소년들에게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듯, 나쁜 암세포의 혈관을 정상화시켜 산소와 영양분을 주자 암세포가 순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약물과 암혈관을 정상화시키는 항체를 함께 치료에 이용하면 기존 약물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 그는 “현재 함께 연구했던 연구진이 미국과 한국에 벤처회사를 차리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 같은 연구 성과에 대해 “‘역발상’이라기보다는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를 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혈관·림프관만 20년 이상 연구해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았던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규영 교수의 고교시절 꿈은 화가였다. 그러던 가운데 고등학교 2학년, 폐렴에 걸려 병원을 방문한 그는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보고 ‘의사가 돼 환자를 치료해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세포와 모세혈관 사진을 통해 본 인체의 신비는 내가 그린 그림보다 아름다워 보인다”며 “못다 한 꿈을 현미경 사진으로 이뤘다”라고 웃었다.


고 교수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돼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것도 좋지만 신체현상을 연구하고 파악해 질병의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기를 원했다. 특히 그는 연구를 통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신약 개발에 힘썼다.

1994년 미국에서 연구하던 때에 고규영 교수는 세계 최초로 심장에 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에 성공해 사이언스 표지에 실렸다. 시술방법에 대한 생각은 다른 연구자들도 하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겨 결과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새로운 연구를 시작한 고 교수는 혈관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치료약 개발에 힘썼다. 다양한 연구 업적으로 그는 2002년에는 대한의학회의 ‘화이자 의학상’에, 같은 해 대한의사협회의 ‘노벨 생리의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우수 의학자 20인’에 뽑혔다.

이러한 공을 인정해 카이스트는 2011년 그를 특훈교수로 임명했다. 이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루고 전문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교수 중 선발하는 카이스트 최고의 명예직으로 임명 당시에도 총 9명만이 특훈교수에 선정됐다.


고규영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스승, 동료, 후배, 제자 등 수 많은 사람들과의 합작이라고 표현하며 “지금까지 다른 연구자들이 수행하지 않은 새롭고 도전적인 연구 시도에 함께한 우리 연구실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항상 고맙다”라고 말했다.


고규영 교수는 능력이 허락하는 한, 많은 환자들이 고통 받는 병부터 희귀병까지 치료약을 만들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우공이산의 우직함으로 40여 년 간 연구에 매진해 환자들을 살리고 과학계 난제들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한 고규영 교수, 그는 오늘 밤도 실험실에서 치료약 개발에 힘을 쏟는다.

조유정 기자
whd5974@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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