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민정음, 급식체 등 신조어 대 탐방]뒤집고, 줄이고…놀이하듯 즐기는 언어생활 탐구
[야민정음, 급식체 등 신조어 대 탐방]뒤집고, 줄이고…놀이하듯 즐기는 언어생활 탐구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0.10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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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켜는 ‘요즘 것들’. 소셜 네트워크에 들어가면 재밌는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빠르게 변하고 생겨나고 사라지는 수많은 신조어들. 전북대신문이 한글날을 맞아 신조어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는 말>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신조어
김다희(국어국문‧17) 씨는 얼마 전 ‘댕댕이’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다희 씨는 “인터넷에 강아지가 나오는 게시물이나 댓글에서 댕댕이란 단어를 많이 봤는데 최근에야 그 단어가 멍멍이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댕댕이’란 단어는 근래 사용되는 신조어인 ‘야민정음’의 일종이다.


특정한 커뮤니티에서 쓰던 야민정음, 특정 집단이 쓰는 급식체 등의 신조어들이 퍼져 이제는 대다수의 젊은 충에서 사용하고 있다. SNS 등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 신조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글 자‧모음 유사성을 이용조한 ‘야민정음’, 언어유희를 통한 ‘급식체’
근래 유행하는 신조어를 얘기할 때, 야민정음을 빼 놓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야민정음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한 마디로 모양이 유사한 글자로 바꿔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쉽다. 앞서 말한 댕댕이가 멍멍이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댕’에 있는 모음 ‘ㅐ’의 ‘ㅣ’를 ‘ㄷ’과 결합시켜 ‘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원리로 ‘커’를 ‘귀’로 본 ‘커엽다(귀엽다)’나 자음과 모음을 적절히 붙여 만든 ‘네넴띤(비빔면)’과 같은 단어들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됐다. ‘폭풍눈물’을 뒤집은 ‘롬곡웊눞’ 또한 대중화 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야민정음에서는 특유의 재치와 창의성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지금까지 대부분의 신조어들이 줄임말 위주였다면 모양의 유사성을 가지고 재창조한 야민정음은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특히 ‘명언’을 뜻하는 ‘띵언’은 입에도 착착 감길 정도다.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쓰는 말이라 해 지어진 이름이다. 급식체의 특징은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다.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라임을 맞춰서 비슷한 말들을 나열한다. “인정? 어, 인정. 대박 중박 소박 명박이도 인정하는 바이고요”와 같이 특정 글자들을 겹쳐 사용한다. 본래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쓰던 이러한 신조어는 하나의 웃음코드가 돼 대학생들 또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신조어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보다
시대별로 쏟아지고 있는 신조어는 우리 사회가 담겨 있기도 하다. 1990년대 외모 지상주의와 함께 유행하기 시작한 공주병, 왕자병. 집단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되며 나타난 왕따, 은따, 전따 등 역시 시대상을 반영한 신조어들이다. 혹한기 시절의 신조어들은 더욱 풍성해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연일 많은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돈이 없으니 모든 것을 줄여야했던 시절을 풍자한 3빼(살빼, 방빼, 책상빼), 심각한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던 풍경을 담은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퇴직), 황태(황당하게 퇴직), 동태족(한 겨울에 명예퇴직한 사람), 알밴 명태족(퇴직금을 두둑이 받은 명예 퇴직자), 생태족(해고 대신 타부서로 전출 당한 사람), 애봐족(집에서 할 일 없이 애보는 사람) 등도 모두 그 시절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다.


요즘 세대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신조어는 ‘소확행’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이 신조어는 내 집 마련 등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소소한 것으로부터 오는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는 ‘n포 세대’의 슬픔까지도 보인다.

▲혐오 표현 주의 필요…국어사전 등재되기도
재미있는 언어생활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신조어, 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 신조어에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들이 섞여있기 때문이다. 혐오 표현 또한 사회적 분위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측면에서 훗날 참고가 될 만하지만 이것을 반복 사용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무심코 쓰던 말들에 혐오 표현이 있진 않은지 스스로 돌이켜보고 자정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나친 신조어 사용도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맞춤법도 지키지 않으며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은 건강한 언어습관을 해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말을 파괴하는 근원으로 지목하며 신조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신조어가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성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특정 분위기나 상황은 신조어 만의 감칠맛으로 나름의 아우라를 표현해 내기도 한다. 또한 과거 신조어였던 단어들이 국어사전에 등재되는 경우도 많아 신조어 자체를 무시하고 거부할 수만은 없게 됐다.

박청한 기자 qkrcjdgks1@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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