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본의 붕괴가 두렵다
사회자본의 붕괴가 두렵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0.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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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교수에게 들은 얘기다.
나도 안면이 있는 이 교수는 서울에 집이 있어 주 중에 2∼3일만 강의하러 지방에 내려오는 사람이다. 그의 얘기인즉슨 이렇다.

1년 전에 강남에 전세 5억 원을 안고 7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 아들을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집값 광풍으로 1년 뒤 14억 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1년 사이에 7억 원을 번 셈이다. 이 교수는 이것을 두고 자신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후렴을 붙인다. “이건 별거 아녜요, 내 주변에는 더 번 사람도 많아요.” 그 순간 나는 슬그머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지방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어 한 수 더 뜨는 뉴스를 들었다. 서울의 미친 집값을 올리는 것 중 하나가 ‘가격담합’이라는 것이다. 주로 아파트 단지의 인터넷 커뮤니티 온라인 토론방을 통해서다. 일정 가격 이하로는 집을 팔지 말자고 담합하는 것이다. 이들 카페에는 ‘오늘의 최고가가 내일의 최저가’라는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부녀회 등이 중심이 되고 인근 공인중개업체가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이 중산층 이상이 사는 지역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집단 광기요 사기다. 더구나 서울은 물론 대구 광주에서도 있었다. 갑자기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와 공동체에 대한 절망으로 섬뜩한 한기가 덮쳐왔다.


또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에서부터 노회찬의원 타살설, 북한 땅굴설,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동성애와 난민 혐오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뉴스가 그럴싸하게 퍼져있다. 진원지 중 하나가 극우 기독교단체로 알려지고 있다. 급속하게 팬이 늘고있는 유튜브, 카톡 등이 독버섯 같은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사회 치유에 앞장서야 할 종교단체가 숙주였다니 아연 실색이다.


이 같은 사회현상을 보면서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붕괴 내지 고갈을 느끼게 된다. 사회자본은 경제자본(돈, 자산) 인적자본(지식, 기술)에 이어 제3의 자본으로 불리는 무형의 자본이다. 1980년대 중후반 서구에서 자본주의를 비롯한 현대사회가 노출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프랑스의 후기 마르크스주의자 부르디외와 미국의 사회학자 콜먼이 학문으로 정착시켰고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이 널리 알렸다. 사회자본은 개인의 이익 추구보다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 연대, 신뢰, 공동체정신, 호혜성(reciprocity) 등을 강조한다. 지금은 너무 보편화돼 연구가 시들해진 감이 없지 않다.


어쨌든 요즘 세태는 사회자본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남이야 어찌됐든 내 잇속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만연해서다. 예전에는 재벌과 권력층등 있는 자들의 횡포가 극에 달하더니 요즘은 중산층과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 모두 가세하고 있다. 기득권 유지와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자본과 인적 자본은 선진국수준이다. 반면 사회자본은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개인의 이기심을 넘어 신뢰와 협력 등 이타심을 기반으로 한 사회자본의 회복이 시급하다.

 

 

 

조상진/ 전주시노인취업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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