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하얀색이 아니다, 코 끝의 무덤
천국은 하얀색이 아니다, 코 끝의 무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0.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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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시 1

정은영 철학 16

천국은 하얀색이 아니다

초록색 말을 타고 빨간 하늘을 향해 갈 거야.
그 하늘의 이름은 절망이라고 하자.
검은색 무지개를 첨벙첨벙 건너가면 네가 보이겠지.
더 올라가기 싫어. 나를 내려줘.

질퍽거리는 구름이 발목을 꼬옥 붙잡는다.
결국 마주한 너의 모습,
낡았다.

곧 모란이 핀대. 나와 같이 보러 가지 않을래?
아니. 가질 수 없는 걸 탐하지 마.
눈에 담는 것도 욕심이야.

환상 속 환상. 그 끝엔 네가.
닳아빠진 네가.
빗속에서 엉겨 붙은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마음에 물방울처럼 맺혀야만 했다

 



독자 시 2

코 끝의 무덤

정은영 철학 16

사뿐 떨어진 꽃잎이 손끝에 맴도는 새, 봄은 꼬박 숨어버리고
매미가 눈 감은 저녁엔 한 단락의 소란함도 찾을 수 없는
너울거리는 나뭇잎이 널 가리키면 그제야 핑글
타오르는 구름 속 자리 잡은 묽은 액체는 곧 쏟아질 듯 출렁인다
도화지를 적시는 물감처럼 쏟아진 비는 너의 열매였나
달로 가득 찬 회오리가 깊숙이 파고든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적연 속 외침은 흐릿한 듯 요동치며 내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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