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식영화 어떻게 기획 됐나, 포럼 스케치]치밀한 기획이 이뤄낸 기적의 결실, 올림픽 영화에서 보다
[올림픽 공식영화 어떻게 기획 됐나, 포럼 스케치]치밀한 기획이 이뤄낸 기적의 결실, 올림픽 영화에서 보다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1.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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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는 것들의 연결…납득 가능한 새로운 의미 창출
기획의 자질, 동시대人 잠재된 욕구 짚어내는 능력 필요
경계로 화합의 올림픽 접근,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경기를 위해 땀 흘린 선수들과 같이 올림픽을 생생히 기록하려 땀 흘린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올림픽 공식영화 크로싱비욘드(이하 크로싱비욘드) 제작팀, 제작팀의 작가를 맡은 김옥영 작가는 최근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 ‘올림픽 공식영화 크로싱비욘드, 어떻게 기획 됐나’를 주제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눴다. 전북대 신문이 풍성한 기획 이야기의 장을 찾아가봤다.<여는 말>

지난달 18일 땅거미 질 무렵 전주 한옥마을의 한 카페 ‘공간 봄’,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따라가면 아늑한 카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카페 내부엔 3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한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번 만남은 전주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마당 수요포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마당 수요포럼은 문화의 숲이라는 부제 아래 다양한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의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 하는 토크 콘서트다. 이번 김 작가와의 포럼은 기획자들을 위한 만남으로 기획의 핵심부터 크로싱비욘드의 기획 과정까지 알찬 내용으로 꾸며졌다. 크로싱비욘드는 평창 올림픽의 공식영화로 5명의 올림픽 참가 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다.


포럼은 크로싱비욘드 감상, 김 작가의 강연 그리고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김 작가는 기획의 핵심요소를 네 가지로 나눠 강연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요소는 참신함, 그는 “영상을 평가받을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상투적인 것이다”며 참신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작가는 상투적인 것이야 말로 누구나 좋아하는 보편적 진리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예를 들어 대다수가 추석이 오면 고향을 떠올리듯 상투적인 것은 많은 이들이 익숙해하거나 선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투적이고 보편적 진리를 이용해 참신함을 나타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참신함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보편적 진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후 김 작가는 어떻게 참신한 기획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아무 상관없는 것들을 연관 짓는 것이 시작”이라며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이 만났을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단순히 관련 없는 것들을 이어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것을 연관 지었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납득 할 수 있는 새로운 의미가 부여돼야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요소는 동시대인의 관심이나 욕구 정확히 짚는 감각이다. 김 작가는 이 감각을 소위 ‘촉’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기획자는 시청자의 잠재된 욕구를 정확히 짚어내야 한다”며 “짚어낸 욕구를 해소할 프로그램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류층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응징해 대중들의 욕구를 해소한, 영화 베테랑을 성공한 프로그램의 대표 예로 꼽았다.


세 번째 요소는 재미다. 재미없는 프로그램은 아무리 유익하더라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 재미가 있어야 비로소 시청자들이 기획자의 의도대로 프로그램을 감상하게 된다. 마지막 요소는 기획의 목표다.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기획자가 말하려는 주제를 힘 있게 전달할 수 없게 돼 시청자가 기획자의 의도를 알 수 없게 돼버린다.


크로싱비욘드는 위에서 말한 기획의 핵심요소를 바탕으로 탄생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는 제작팀에게 전 세계인을 관객으로 삼고 한국적이며 올림픽 정신이 반영된 참신한 예술영화를 원했다. 김 작가는 IOC가 제시한 조건에 대해 끝없이 고민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현재 한국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요소로 분단을 꼽았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인 분단을 사용하기 보단 ‘경계’라는 단어로 고쳐 사용했다”고 밝혔다.


보통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내포된 경계라는 단어를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과 연관 짓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제작팀과 수많은 회의를 하면서도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느 날 번뜻, 김 작가의 머릿속에 시구 하나가 스쳤다. 바로 함민복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구절이었다. 이후 그는 경계라는 단어로부터 ‘우리의 삶은 경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로 가득 차있다’는 긍정적인 문구를 떠올리게 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의 주제는 선수들의 경계와 경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로 결정됐다.


김 작가는 촬영 내내 기적을 만나지 못했다면 영화를 찍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경계를 표현하기 위해 철책선을 촬영하려 했다. 그러나 본래 기획에서는 모든 계절을 촬영하려 했지만 국방부 측에서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아 겨울철의 철책선 밖에 촬영하지 못했다. 제작팀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기적적으로 다른 다큐멘터리 작가가 촬영한 봄 계절의 철책선 영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기적은 한번뿐이 아니었다. 아이스하키 박윤정 선수를 미리 섭외해 놓은 덕에 뜻하지 않게 취재가 어려웠던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간접적으로 취재 할 수 있었다.


김 작가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언제나 긴장감 넘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적을 만나 크로싱비욘드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뚜렷한 주제와 치밀한 기획이 없었다면 기적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경식 기자 guri53942@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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