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탐방기⑰ 피테르 브뢰헬, <소 떼의 귀환>, 1565년
명화탐방기⑰ 피테르 브뢰헬, <소 떼의 귀환>, 1565년
  • 전북대신문
  • 승인 2018.11.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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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의 가을, 소박한 일상과 자연에 대한 경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의 화가들은 종교적인 테마에서 벗어나서 그릴 수 있는 분야는 한정적이었다. 그 중 고대로부터 이어온 풍속적이고 세속적인 소재의 계절을 다룬 그림들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유지됐다. 당시는 아직 풍속화라는 장르가 없었던 시기로서 이러한 계절 그림들은 책에 들어가는 세밀화로서 제작됐고, 그 가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달력 형식의 <베리 공작의 성무 일과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대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hel de Oude, 1525~1569, 흔히 브뢰겔이라고도 부른다)은 책의 삽화로만 들어가던 계절 그림을 전통적인 형식이 아닌 기념비적인 대형 회화로서 여러 점 제작했다. 그는 일 년을 여섯 부분으로 나누고 각 시기에 해당하는 패널화를 한 점씩 그렸는데, 평범한 농민들이 계절에 따라 활동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그림마다 그림이 상징하는 색을 따로 정했는데, 즉 건초 만들기는 초록색, 옥수수 수확은 노란색, 겨울은 흰색으로 표현했다.


저녁에 소 떼가 집으로 돌아가는 광경을 묘사한 가을 그림은 황토색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색으로 칠한 소들은 무리에서 벗어나 풀을 뜯어먹고 싶어 하지만, 긴 막대기를 든 청년이 이를 막고 있다. 소 주인으로 보이는, 흰 말을 탄 남자가 다른 청년들과 함께 뒤 쪽에서 소 떼를 감시한다. 저 멀리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강물이 흐르는 골짜기 위로 위협적으로 솟아 있는 가파른 바위들이 보인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서둘러 목장으로 돌아가야 할 목동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 소 떼들은 아마도 알프스 산맥의 목초지에서 여름을 보냈을 것이다. 사실 브뢰헬이 살았던 네덜란드 해안 개척지에는 그런 곳이 없다. 그러나 브뢰헬은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많은 곳을 여행한 덕분에 그 곳 사람들의 풍습을 잘 알고 있었다. 세 인물이 입은 옷도 입은 옷도 그들이 산악지대에 사람들임을 암시한다. 따라서 브뢰헬은 그가 흔히 그리던 플랑드르 사람들의 초상에서 벗어나 그 만의 독특한 특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 그려진 작품들이 바로 농민들의 평범한 일상과 계절을 담은 <눈 속의 사냥꾼>1565년, <농민의 결혼식>1568~1569년, <아이들의 놀이>1560년 등이다. 특히, <아이들의 놀이>에서는 굴렁쇠 굴리기, 말타기, 팽이치기, 철봉 놀이, 조약돌 맞히기, 공기놀이 등은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무려 90여 가지의 놀이를 하고 있다. 16세기의 대부분 그림의 주인공은 왕, 귀족, 성직자, 부유한 상인들이었지만, 브뢰헬은 특이하게도 농민들과 평범한 일상, 그리고 그들의 삶을 소재로 다루면서 농민들의 순박하고 진실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화가였다.

김미선|예대 강의전담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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